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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소식] 정신건강의학과교실 김선영 교수, "경계선 지능 장애 6세 이전에 진단받아야 사회 고립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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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경계선 지능 장애 명의'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영 교수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영 교수./사진=이대서울병원제공


지난해 7월 국회입법조사처는 IQ 정규분포도 상 국내 경계선 지능인이 약 70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경계선 지능인은 평균 지능과 지적장애인 사이의 지능 점수를 가진 사람으로, 웩슬러 지능 검사에서 71~84점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교육과 생애주기별 과업을 따라가지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소외된다. 국가에서도 소외당하고 있다. 지적 장애로 분류되지 않아 국가적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들은 인지 기능과 사회 적응 능력이 평균보다 조금 떨어질 뿐이라서, 자신의 능력치가 부족하고 주변 사람에게 소외된다는 상황은 정확히 인지할 수 있다. 정신 질환을 앓을 가능성은 매우 큰 것. 어디에도 의지하지 못하고 회색지대에서 감내하고 있는 이들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영 교수에게 들어봤다.

-성인기에 진단되기도 하는가?
“가장 많이 진단되는 건 초등학생 고학년부터다. 이때부터 추상적인 사고를 시작하기 때문에 학습 난도와 대화 수준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경계선 지능 장애 어린이는 학습을 따라가는 게 어려워지고, 사회적 맥락을 잘 읽지 못하면서 또래 관계에서 소외되거나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때 비롯된 정서적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 됐다가 경계선 지능을 알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성인기에 진단받는 환자는 보호자의 개입 없이 학령기, 청소년기를 보내다가 다른 정신과적 문제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성인의 발달과업을 제대로 성취하지 못해 ▲직업적·사회적 고립으로 정서적 문제가 생겨서 ▲정서적 문제를 알코올 사용으로 해소하다가 알코올 사용 장애로 ▲범죄 피해자로 ▲군복무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로 내원하곤 한다.”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만 3세까지 뇌는 매우 급격히 발달한다. 오감, 인지, 정서, 신체 등 여러 발달이 골고루 일어난다. 이때 적절한 환경적·정서적 상호 작용 자극이 꼭 필요하다. 정상적인 범위에서도 낮은 범위의 인지 능력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적절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경계성 지능 정도로 지능이 낮아지는 경우가 가장 많다. 정상 지능인데 언어 지연이 있거나, 주의력 결핍 장애가 있거나, 사회성이 결핍돼 있을 때 지능이 낮게 측정돼 경계선 지능 장애로 분류되기도 한다.”

-어떤 증상이 나타날 때, 경계선 지능 장애를 의심하고 병원을 내원해야 하는가?
“시기별로 다르다. 영유아기 때는 지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언어 기능 저하가 나타난다. 가위질, 지퍼 잠그기 등 소근육 운동도 서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수업할 때 오래 앉아 있질 못하고, 주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학습이 점점 어려워져서 하고 싶지 않아 한다. 특히 언어, 수학 등의 학업 성취가 저조하다. 눈치가 없고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또래 사이에서 소외되는 등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청소년기에는 요구되는 학업 수준이 더욱 높아지므로 학업 성취는 더 떨어진다.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또래가 인지 능력이나 대처 기술이 떨어지는 것을 파악하고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때 우울, 불안 등 정서적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성인기에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 어렵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면서 심각한 사회적·직업적 부적응 상태에 이르게 된다. 카페 등 시간제 근무로 취업해도 포스기를 다루지 못하고, 다음 작업을 기억하지 못해 금방 직업을 잃는 경우가 많다.


경계선 지능 장애와 관련한 개념이 부재한 보호자가 많다. 내원하는 환자의 보호자를 만나다 보면 단지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이해가 조금 느리고, 착하고 순한 심성을 갖고 있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또 이해가 안 돼서 못 하는 걸 게으르고 나태하다고 생각하곤 했다. 자녀가 또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는지,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진 않은지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병원을 내원하는 게 필요하다.”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
“먼저 언어 문제, 주의 집중력 문제, 정서적 문제, 사회성 저하 문제 등으로 발생한 이차성 지능 저하가 아닌지 살펴본다. 맞다면, 해당 문제를 해결했을 때 지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단일 문제일 땐, 만 6세 이후에는 지능의 상승이 어렵다. 이땐 낮은 자존감, 소외감으로 인해 생기는 정서적 문제, 사회로부터 고립을 최소화해 더 이상의 지능 저하를 방지하고 학습 목표를 더 현실적으로 설정하도록 돕는다. 지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독립적으로 사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가족들이 지적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면서 현실적인 학업, 직업적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 기본적인 언어 이해와 표현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을 지속하고, 또래 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자조 그룹 활동에 참여하도록 한다. 이미 우울, 불안장애, 물질 사용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공존질환을 동시에 치료한다.”

-‘센터’가 많던데, 병원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는 언어 문제, 주의력 문제, 정서 문제, 사회성 저하 문제로 인한 이차적인 지능 저하가 아닌지 정확한 진단과 치료의 방향성을 정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이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수다. 청소년기, 성인기에 처음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우울, 불안장애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이때도 급성기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게 좋겠다. 발달 센터에서는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 후에 필요한 언어 치료, 지능에 맞는 학습, 사회성 증진 훈련 등 비약물적인 치료와 재활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경계선 지능 장애 환자는 사회적인 지원을 거의 못 받는다. 어떤 지원이 특히 필요하다고 보시는가?
“경계선 지능인을 빠르게 발굴해, 정서적인 문제가 생기기 전에 눈높이에 맞는 학습과 직업 훈련을 시행해 사회에 편입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간단한 경계선 지능인 스크리닝 검사를 개발하고, 진단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스크리닝 검사지를 부모에게 전달해야 한다. 위험군이라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게 하는 등 정부에서 빠른 발굴과 진단적 개입이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부모 교육과 부모 자조그룹을 지원하는 것도 절실하다. 경계선 지능인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부모는 자녀에게 정서적으로 상처를 줄 수 있는 언행을 하기 쉽다. 가정에서조차 소외당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개별학습으로 환자의 눈높이에 맞는 학습을 따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성인기에는 일상을 독립적으로 꾸려 생활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문해력 교육과 직업 훈련을 지원해야 한다. 생애주기별로 경계선 지능인에게 필요한 정서적 지지, 눈높이 학습, 직업훈련을 통합적으로 시행하는 평생교육센터의 확장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경계선 지능 장애 환자와 가족에게 한 마디.
“느리긴 하지만 눈높이에 맞는 훈련으로 성장하면 당당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다. 희망을 잃지 말고,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주저 없이 정신건강의학과와 평생교육센터 등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회와 소통하는 끈을 놓지 않길 바란다.”

김선영 교수는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성균관대 의학박사를 취득해 현재 이대서울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역임하고 있다. 다양한 경계선 지능 장애 환자를 치료하며 환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수면의학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PRCP 2018에서 베스트 포스터 상을, 2019년에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춘계 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한 바 있다.